식품 사기꾼들
틸로 보데 지음, 임정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사실 믿지는 않았다. 바나나는 노랗지 않으며, 딸기맛 우유에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과일이 들어있지 않을 것이다. 오렌지 주스에 오렌지를 넣지 않고도 맛을 내는 실험도 보았다. 하지만 이 책으로 보는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대놓고 제목부터 이야기한다. '식품 사기꾼들'이라는 제목처럼 이것은 좋게 말하면 광고 효과를 누리는 것이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사기꾼들이다. '최소한 이 정도는 맞는 것이겠지?' 생각하던 것 조차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알고 보면 믿을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세상이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깐깐한 소비자가 되고 싶어서 식품 성분분석표를 살펴봐도 복잡한 생각만 들었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지역 특산 제품이라고 하면 광고의 화면처럼 그곳에서 청정한 환경에서 아름답게 자란 식품이 아닐 것이라는 정도는 짐작해도 설마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의 생각이 무너졌다.

 

 이 책의 마지막에 보면 식품 구매 시 주의 사항을 알려준다. 그 중 나의 고정관념을 깨 준 문장만 담아본다.

2. '지역 원산지'에서 '전통 조리법'에 따라 제조되었다는 식품은 저급한 재료로 만들어 장거리 수송을 거치는 제품일 경우가 많다.

3. '고급' 또는 '최고 품질'이라고 포장재에 써 있어도 일반 제품과 다를 바가 없고 가격만 비싼 경우가 많다.

5. '건강 곡물'이 들었거나 '체중 조절용'이라는 시리얼도 대부분 설탕 범벅 과자나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살을 더 찌운다.

6. 소위 '건강한 간식' 또는 '휴식 시간에 즐기는 간식'이라고 광고하는 식품들의 영양 수치는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분에 해당한다.

8.혼합 음료와 차 음료는 진짜 과일 성분은 거의 넣지 않고, 첨가물과 설탕으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10.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수작업'으로 제조된 '지역 특산' 식품도 해당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송되어 온 대량 생산 제품일 수 있다.

(식품 사기꾼들 183~189쪽)

 2,10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광고를 하는데 설마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이 나름 충격이었다. 3은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확인사살의 의미. 어쩌면 엄마들이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고급'을 골랐지만 아무 소용없이 돈만 많이 지불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5는 체중 조절용 시리얼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그 때에는 광고만 믿었다. 8은 이 책에도 구체적으로 이름이 나오는 '카프리썬 오렌지'의 경우 '건강한 과일'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만 과일 주스 함량은 12퍼센트 정도에 불과하고 과일 맛은 주로 아로마로 낸다고 한다. 학창시절 비타민 보충을 해야한다고 오렌지 주스를 마셨던 습관은 비만의 지름길이었나보다.

 

 비만의 주원인은 개인의 운동 부족이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과체중 문제에 대해 '식품 생산업체'는 일차적 책임을 회피한다. 그 대신 이를 개인의 운동 부족 결과라고 치부하면서 소비자의 탓으로 돌린다. 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음식을 너무나도 많이 먹는다는 단순한 사실도 외면한다. 너무 많은 칼로리를, 운동으로 태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식품 사기꾼들 94~95쪽)

 

 세상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방법이 점점 난해해져 똑똑한 소비자가 되려고 해도 그들의 손바닥 안에 있다. 내가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생각해도 교묘한 말장난과 광고에 당할 재간이 없다. 국내에서는 이런 책이 나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국에서 이런 서적이 발행되고,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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