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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신동흔 지음 / 우리교육 / 2012년 11월
평점 :
어린 시절, 책을 그다지 즐겨읽지 않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용돈을 따박따박 모아서 사던 책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전래동화'였다. 용돈을 아껴가면서 동네 문방구에서 한 권 한 권 사다 읽는 즐거움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실 교육에 좋다는 다른 책들은 부모님이 사주셨지만,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옛이야기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래서 이 책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을 보니 옛날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르면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때 한 권 한 권 모았던 책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렇게 모아서 결국 전집을 다 구비해놓았던 것인지. 여전히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옛이야기와 해설이 담겨있다. 어렸을 때에 누구나 접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저자의 해설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전혀 새로운 느낌도 있고, 낯설기도 하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식으로 옛이야기를 접하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숨은 뜻이 있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딱딱 짚어주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한문을 공부할 때에도 원전 자체만 보면 알기 힘든 이야기가 각기 다른 해설을 보고 나면 그 의미가 콕콕 짚어진다. 마찬가지로 옛이야기도 그렇게 보니 그 재미가 더하다.
가장 공감하게 된 이야기는 나무꾼과 선녀, 선녀와 나무꾼 부분이었다.
나는 선녀가 떠나는 상황을 두고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이가 셋이었으면 정말 안 떠났을까? 아니, 두 아이를 손에 끼고 한 아이는 품에 안고서라도 그녀는 올라갔을 것이다. 넷이라면? 한 아이를 등에 더 동여매고서라도 올라갔을 것이다. 다섯, 여섯이라면? 두어 명 남겨 놓고라도 올라갔을 것이다!"
선녀는 무조건 떠날 사람이었다. 그것이 이 설화를 전승해 온 여인들의 마음자리였다. (121쪽)
모처럼 옛이야기를 보며 다양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되었다. 옛이야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주제도 다르고, 각자 받아들이는 교훈도 전혀 다르다. 나라마다 비슷한 소재로 다른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결말을 맺기도 한다. 여는 이야기에 나온 이야기를 생각하며 피식 웃어본다. 나의 이야기도 굶어죽지 않도록 신경 많이 써야겠다.
옛날 얘길 그걸 듣구서는 누귀한테 가 얘길 안 하면 얘기가 굶어 죽어. 그러면 얘기가 굶어 죽는다구. 그러, 괜히 살煞이 되면 안 돼. 그러니까 얘길 해요. 오늘 저녁에 들은 거 아무 데라도 댕기면서 얘기를 해야 얘기가 자꾸 빠져나가면서 얻어먹구 살잖아.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