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여행자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방콕'이라는 여행지를 떠올려본다. 나에게 그곳은 인도 여행을 위한 중간 경유지였다. 잠깐 들른 그곳은 그래서 더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다음에 시간이 되면 좀더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다음에 좀더 머물며 돌아다녀야지.'라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렇게 시간만 많이 흘렀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새삼 놀란다. 어쩌면 그곳은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의 시간도 흘렀고, 그곳도 세상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깔끔한 표지, <방콕여행자>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껏 그곳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여행자들의 거리인 카오산 로드 말고 다른 곳들은 어떤지, 방콕의 과거보다는 현재의 모습이 궁금했다. 2012년 현재, 내가 그곳에 관심을 끊은지 10년도 더 지난 시간에, 그곳의 현재를 보고 싶었다. 여행지로서의 그곳 모습과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었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On the road>의 저자라는 이유도 포함되었다. 그 책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이지만, 여전히 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니 새삼스러웠다. 방콕이라는 여행지도 나에게 그런 의미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짜오프라야 보트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방콕의 과거와 현재가 겹친다.

지난 일은 모두 과거, 돌아오지 않을 전생이 된다. (99쪽)

이상하게도 지난 일은 모두 과거, 돌아오지 않을 전생이 된다는 말에 시선이 멈추게 되었다. 짜오프라야 보트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의 취향 차이가 한 순간에 교차된다. 내가 그 보트를 탄다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 비교하고 싶어진다.

 

방콕여행자라는 제목에서 '여행'이라는 단어에 비중을 두고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이 생각보다는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단기 여행이 아니라 장기간의 여행을 생각한다면, 이런 책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바쁘게 발도장 찍는 여행을 하며 숨을 고를 시간조차 낼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간은 여유로울 수 있고, 일상에 가까운 사사로운 수다거리를 나눌 수 있는 것! 여행과 일상의 중간 정도에서 생각을 나눌 매체가 필요하고, 이 책이 그런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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