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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준다. 그래도 이 책의 앞에 '일상'이라는 단어가 붙었기에 접근성이 좋고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호기심, 유행처럼 흘러가는 인문학 열풍 등의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 얼마 전 읽은 <일상에서 철학하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똑같이 '일상'이라는 단어가 앞에 수식어로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책은 나에게 극과 극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책 다 당황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철학하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쉬워서 예상 밖이었고, 그랬기에 이 책 <일상의 인문학>은 쉽게 생각했다가 접했더니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두 책의 중간 정도의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일상'이라는 단어에 걸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은 없는 책이었다.
이 책 <일상의 인문학>의 표지에 보면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으며 천천히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각각의 글 뒤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어서 마음에 드는 글을 읽을 때면 그 책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가능한 책이다. 관련 도서를 묶어서 안내해주는 책은 독서의 폭을 넓혀준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글은 공항, 존재 전환의 변곡점이었다. 어쩌면 나도 현대 사회에서 피로감때문에 자꾸 여행을 꿈꾸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행이 해결책이 아니라 공항에만 다녀와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산문집을 읽다가 "집에서 슬프거나 따분할 때면 가 볼만한 곳이 공항이다."라는 문장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는 따분할 때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것이 아니라 공항을 감상하러 간다고 한다. (41쪽)
"공항에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 나 자신 사이의 어떤 것이다. ......공항에서 비행기표와 여권만 들고 출국 심사대를 빠져나갈 때마다 나는 거의 다른 존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착각은 참으로 감미롭다. 그런 점에서 공항은 환각의 극장이며 착각의 궁전이다. 그리하여 공항은 마침내 삶에 대한 절절한 역설이 되는 셈이다. 맞다. 덧없이 반복적으로 스쳐 가는 것들만이 영원하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44쪽)
이렇게 이 책은 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겨우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집약해서 이 책 한 권 속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책들을 궁금하게 하고, 읽어보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 책은 <<세계일보>>에 격주로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원고를 모아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짧은 호흡이지만 집약된 느낌에 큰 부담이 없는 책이었다. 아침에 차 한 잔 하면서 신문을 뒤적이듯이 이 책을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심각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 것보다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