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런 소설 오랜만이다. 뜨뜻미지근한 마음으로 '어디 한 번 읽어볼까?' 가볍게 생각하고 손에 잡은 소설이다. 짧으면서 강렬하고, '헉~!' 감탄사를 내뱉으며 다시 앞 장을 넘겨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살펴보게 된다. 슬슬 읽다가 순간 다시 집중해서 앞으로 돌아가서 정독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 기분을 느꼈던 소설이 언제였던가. 20년쯤 전이었다. 소설의 제목도 저자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도 강렬해서 나를 전율에 떨게 했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책을 읽는 시간보다 그 강렬한 느낌에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그런 기억.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구나!'

 

 장편소설의 긴 흐름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며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짧으면서도 강렬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설가의 힘인가보다. 상상력은 소설의 원천. 가끔은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적이라는 생각으로 공감하게 되는 소설도 읽지만, 가끔은 이렇게 뜬금없는 소설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며 그저 달달한 소설일거라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을 깬 것이 첫 번째 반전이었고, 생각보다 짧은 글의 모음이라는 것이 두 번째 반전이었다.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표지의 글에서 기대한 내용과는 살짝 달랐다.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드는 늦가을, 너무 달달한 소설은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하 노래모음 CD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은 덤이었고. 부담없이 오며 가며 한 편씩 읽었기에 읽는 부담도 없었다. 가끔은 글자가 너무 많은 소설을 읽으며 부담스러운 느낌을 갖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 중에 <곰의 나라>가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고양이로 비슷한 상상을 해보긴 했지만, 상상에 그치고 말았는데, 유쾌한 상상이었다. 소설가는 그런 소재를 끄집어내서 글로 완성하나보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야기들도 각각의 색깔을 내뿜는 매력이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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