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선오 옮김, 권우희 그림 / 엘빅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중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급우들 중 한 명씩 돌아가며 인상적이었던 책의 한 부분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 때 누군가가 어린왕자를 꼽았다.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흥미로웠다. 다른 부분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그래서 그 때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아 읽었다.

"'길들이다'가 무슨 뜻이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건 우리가 너무 잊고 사는 말이야. '관계를 맺다'란 뜻이지."

"관계를 맺는다고?"

"응. 나에게 넌 아직은 그냥 수많은 소년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고. 너한테도 난 수많은 여우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년이 될거야.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고." (117쪽)

 

 그 책에 그려진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일까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20년도 더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을 다시 본 느낌은 정말 놀라웠다. 어린 시절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지금 보니 '그러게 말이야.'라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살고, 왜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왜 그렇게 숫자에 집착하고 사는 것일까. 현실 속의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쉼표를 찍어본다. 어린시절 나의 기억으로는 보아뱀의 그림이 얼토당토않다는 생각이었다. 그 그림을 봐서는 '모자'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너무 억지를 쓴다는 생각이었다. 어린왕자의 앙탈 정도로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 나 자신을 생각해본다. 세월은 나를 아이에서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책은 예전 그대로다. 지금의 나는 오히려 예전보다 좀더 공감하며 읽게 되었고, 느낌도 그때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좋은 책은 세월이 지나서 펼쳐보아도 강한 인상을 주나보다. 특히 이 책은 그림이 잘 어우러져 마음에 들었다. 어린왕자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양 한 마리 그려달라고 할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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