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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메 그린다 - 그림 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한 때는 그림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섬세하게 그린 그림을 보면, '밥먹고 하루종일 저거 한 올 한 올 그리고 있었을 것 아니야?' 생각하며 약간의 답답함마저 느꼈다.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아~ 잘 그렸다' 말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때로는 아무리 열심히 시간을 쏟아부어서 해봐야 저 정도 나온다면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며 오만을 부리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지난 유럽 여행에서는 박물관,미술관 가지 않기를 여행 테마로 정했을까! 나는 그동안 정서적으로 메마른 도시 생활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살아왔다. 약간은 거만하고, 약간은 무례하게.
지금은 그림에 대해 관심이 생겨버렸다. 때로는 그 때의 유럽여행에서 주옥같은 그림들을 못보고 그냥 온 것에 통탄하며, 때로는 예술작품들을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림을 보는 나의 눈이 바뀐 것인가. 내 마음이 바뀐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을 보며 새삼 깨달음을 얻는다.
아무것도 못 보고 느낀 바가 없다면, 이는 감동이 없거나 나와는 교감 되지 않는 별무 인연의 세계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인생이 바뀌며 그림을 보는 눈이 생겨나면 예전에는 몰랐던 것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아, 하고 탄성이 터질 때가 있다. 이제 볼 때가 되었구나. 내게도 보이는 때가 왔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용케도 이런 순간을 맞이한다면, 삶의 궤적은 이미 적지 않은 차륜을 그어 왔을 것이다. (7-8쪽)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는 그림을 접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몰랐고, 그 생활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평생 몰랐을 감정이다. 그림이 보이고, 그림을 느끼고, 이런게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그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서였다. 조선시대의 화가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교과서에 나온 몇몇 분들,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나 <한국의 미특강>에서 읽어본 몇몇 분들이 다였다. 그것도 그저 이름과 작품만 아는 정도에 그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게되는 이야기 중 태반이 생소한 이야기였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작가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조선 15인의 화가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이 왠지 아련해진다. 한 시대에 획을 긋고 떠난 그들, '그림같은 삶, 그림자 같은 그림'이라는 글귀에서 그리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