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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문정희 산문집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평점 :
도끼? 삶을 깨운다? 최근에 읽은 책 <책은 도끼다>를 떠올렸다. 거기에도 카프카의 말이 나왔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변신> 중에서
요즘 읽은 책 중에 나에게 커다란 흔적을 남긴 책이 있었던가? 갑자기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게, 그저 눈에 띄는 책들을 읽어치우기만 하는 내게, 의미를 던져주는 책이 없다면 도대체 나는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카프카의 말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카프카
<책은 도끼다> 이후 나는 여전히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내 삶을 깨우고 내마음을 흔들어놓는 책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은 앞섰지만, 딱히 나를 뒤흔드는 책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습관처럼 책을 넘기고, 때로는 혹시나~했다가 역시나~ 하는 느낌으로 이 책 저 책 읽어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 나에게 다가온 이 책의 느낌은 '참 괜찮다'였다.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고, 예상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공감하게 된 책이었다. 문정희 시인의 시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아, 이 때 쓰신 거구나.', '이 시도 느낌이 좋구나.' 깨달으며 책을 읽었다. 때로는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는 것이 쓸 데 없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느꼈는데, 시인은 오히려 압축해서 시라는 도구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시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듣게 된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본다. 도대체 내가 원하던 도끼는 어느 수준이었던걸까.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에서 멈춰서서 나의 고정관념을 조금 흔들어줄 그런 책이면 충분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의 일상과 가족, 기본적인 것들을 망각하고 더 그럴듯한 근사한 무언가를 찾는 것은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 책도 나에게 도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