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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 길 내는 여자 서명숙 먹으멍 세상을 떠돌다
서명숙 지음 / 시사IN북 / 2012년 9월
평점 :
제주 올레에 대한 책, <제주 올레 여행><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 내는 여자의 맛있는 이야기,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에세이다. 음식을 위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나의 기억도 떠오르며 이 밤중에 배가 고파온다.
이 책의 가장 앞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는 '두부'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두부는 곁에 있을 때에는 그냥 당연히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먹게 되지만, 없을 때는 하염없이 그리워지는 그런 음식이다. 유학 간 동생이 따끈따끈한 두부가 가장 그립다며,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으라는 조언을 한다. 갑자기 따끈한 두부에 양념장 살짝 얹어 먹는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 책은 이야기와 함께 음식이 나온다. 얼핏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나 일본 만화 <심야식당>이 떠오른다. 음식 자체보다는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맛있는 기분으로 읽었다. 사람 이야기가 버무려져야 적당히 맛이 깊어지나보다.
갈치를 만난 날이면 서귀포 바다를 향한 그리움으로 밤새 뒤척였다. 음식이 목메는 그리움과 닿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52쪽)
이쯤 전개되니 흔한 맛집 프로그램이 2%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것이 그런 '그리움'이 들어있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맛있다고 손가락 치켜드는 사람들의 모습만 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도 함께 듣고 싶은데, 그것이 빠지니 아쉬움으로 남았나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게 읽혔다. 먹어보니 맛있더라,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가 함께 녹아들어간 그런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제주 음식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이름만 들어보았던 자리젓이나 몸국, 그 또한 이 곳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의 음식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느껴본다. 입덧으로 음식을 먹지 못했을 때, 혐오식품이었던 자리젓이 천하일미로 뒤바꿈하는 사연. 쭉정이처럼 텅 비어가던 심신을 이끌고 엉금엉금 몸국을 하는 식당을 찾아가 몸국 한그릇 먹은 이야기. 그날, 몸국 국물을 떠넣으면서 위장이 아니라 영혼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78쪽) 그런 이야기에 그 음식들의 의미가 새롭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밖의 다양한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식 이야기가 버무려져 책을 읽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저자가 다음 책은 어떤 소재로 쓰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하는 재주가 있어서 다음 책도 출간을 알게 되면 얼른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