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습관처럼 책을 읽고, 기억에 남기기 위해 서평을 쓰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는 매일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흘러가는 일상을 다잡아주는 의식이 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글쓰기 훈련소>, 어떤 점을 배우게 될 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나는 그다지 글을 잘 써야겠다는 의욕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간단하고 쉽게 쓰는 경향은 있다. 어쩌면 나에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면, 나의 글은 난해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나의 성향에 이 책은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정보도 깔끔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런 점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내 수준에 맞는 책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2009년 11월 1판 1쇄를 발행했는데, 내가 읽은 책이 1판 6쇄 발행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온다 리쿠의 이야기였다.
"그날 써야 할 분량을 정해놓고 쓰진 않아요. 잘 안 써질 땐 펜을 놓고, 잘 써질 땐 한꺼번에 몰아서 쓰죠. 영감이 안 떠오르면 싱크대 청소를 해요. 저희 집이 깨끗하면 글이 잘 안 써지고 있다는 겁니다."- 온다 리쿠
나도 무언가 몰두하고 있을 때에는 주변이 잘 안보이는 편이다. 책상은 어지러이 늘어놓고, 더러운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집이 깔끔하다. 무언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에 이르자 웃음이 나왔다. 항상 깨끗하게 해야하고, 정리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서, 반성만 하고 있었는데, 그건 다 개인 성향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반가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정민 교수가 한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스승인 이종은 교수에게 면박을 받았던 사연'이었다.
정 교수는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했는데, 스승인 이종은 교수는 이렇게 첨삭지도를 해줬다고 한다. 空자를 손가락으로 짚더니 물었다. "여기 '텅'이 어디있어?" 그리고는 정 교수의 해석에서 '텅'을 지웠다. 그다음 이 교수는 번역문 속 '나뭇잎'에서 '나무'를 빼버리며 다시 물었다. "잎이 나무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니?" 다음에는 '떨어지고'에서 다시 '떨어'까지 지웠다. '부슬부슬 내리고'에서는 '내리고'를 덜어냈다.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
축약의 묘미다. 훨씬 간결하고 좋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그렇다. 처음에는 무엇을 찍을까 고민하지만, 나중에는 프레임 안에서 무엇을 덜어낼까 고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도화지 안에 이것 저것 넣으려고 하지만, 무엇을 뺄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글을 보며 나의 서평을 생각해본다. 자꾸 중언부언 글자 수만 늘고있다는 생각도 든다.
글쓰기 책에 대한 서평은 사실 어렵다. 좋은 글쓰기와 나쁜 글쓰기에 대한 것을 공부한 직후여서인지 자꾸 눈에 거슬리는 표현 투성이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기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어서 현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번 책 선정도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