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소의 진실
가와나 히데오 지음, 전선영 옮김 / 판미동 / 2012년 7월
평점 :
작년 한 해, 흉작도 이런 흉작이 없었다.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갔다. 그동안 꿈꾸던 '작은 텃밭 가꾸기'를 시도했다. 내가 추구한 것은 무농약,무비료의 자연재배였다. 하지만 대실패! 벌레와 나눠먹기로 계획했지만, 5대 5도 아니다. 9대1 정도였다. 벌레 9, 나 1. 상추를 제외한 다른 작물들은 벌레때문에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오이는 한 개도 못먹고, 가지나 호박은 많아야 두 개 정도였다. 바로 포기했다.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그것은 그저 도시 사람들의 덧없는 로망같은 것이라고.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작물을 얻기 힘들고, 농약을 치지 않으면 벌레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했다. 노력에 비해 얻어먹기 힘들다는 생각에 장에 가서 한아름 채소를 구입해 먹고 그것이 진리인 양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다시 점검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는데, 쉽게 포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땅과 묘종이 아직 안정적이지 못했을 뿐이었다. 조금더 시도해본다면 자연정화능력에 따라 땅도 작물도 제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다른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다시 시도하기 힘들지만, 이 책을 보니 그때의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이 책을 보며 놀랐던 것은 '채소는 원래 썩지 않는다' 부분이었다. 시들기는 해도 썩지는 않는 것이 자연재배 채소의 본모습이라고 한다. 이 책에 보면 오이로 실험을 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일반재배 혹은 유기농재배 오이의 경우 부패하지만, 자연재배한 오이는 거의 썩지 않는다. 유기재배 쌀과 자연재배 쌀로 같은 실험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유기재배 쌀은 악취를 풍기며 썩었지만, 자연재배 쌀의 경우 부패하지 않고 발효해서 감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식탁이 오염되고 있다. 동물성 식품의 경우에는 다량의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투여해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밥상에 오른다. 식물성 식품도 마찬가지다. 다량의 비료와 그때문에 생기는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다량 살포되는 농약, 자연스럽게 시드는 것이 아니라 썩어버리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발효식품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발효식품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우리는 생활의 편리함을 볼모로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자연재배의 번거로움과 노력대신 장에 가서 일반재배 채소를 듬뿍 사먹고, 장을 직접 담가먹는 번거로움 대신 마트에 가서 된장,간장을 집어들고, 유전자 조작일지도 모를 두부를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집어든다. 그렇게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선택하는 것들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살다보면 또 잊어버리고 예전처럼 편리한 것만 집어들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당분간 신경써서 꼼꼼하게 선택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 그때 내 생각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철부지 도시인의 모습으로 비쳐졌겠지만, 나는 나름 맞는 생각을 했었어!'라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그것 하나로도 만족한다. 자연재배에 대해 좀더 알게 된 독서 시간이 의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