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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여행하기 좋은 시절
김용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은퇴 중년의 버킷리스트 1위라는 '여행', 해외여행이 어렵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에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이 '해외여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상에 얽매여있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쉽게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 힘들기 때문에, 누구나 갈 수 있어도 생각보다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여행이기도 하다. 특히 은퇴 이후에는 여행을 떠나도 아프리카 트럭킹같은 여행을 혼자 떠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유서라도 써놓고 떠나야 하는 분위기라면 정말 나같으면 쉽게 여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밤낮 내 걱정만 하고 있는 가족의 존재는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은근 부담스럽기도 하니까.
여행지에 대한 '좋은 기억'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곳에 가기 힘들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여행이 '좋았던 여행'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다시 하기 힘든 시간에 대한 미화는 똑같은 곳으로 여행을 가도 똑같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 그렇게 좋다는 아프리카 여행, 그곳에 대한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녀와서 책을 내고 싶을만큼 다시 하기 힘들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얼핏 든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거리상으로도 멀고, 쉽게 마음먹기 힘든 곳이다. 인생 2막, 은퇴하고 아프리카 트러킹 여행을 다녀온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제목을 보며 내심 여행기 자체보다는 인생 2막에 대한 내용을 잘 버무려 완성도 높은 글을 읽기를 기대했다. 젊은 시절의 여행과는 달리 좀더 세상에 대한 깊은 시선과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원한 것은 나의 욕심이었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나이 40이 '불혹'이라는 단어를 배우며, 그 나이가 되면 흔들림없이 성숙한 인간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나이가 다가오니 여전히 나는 흔들리고 있고, 어쩌면 내가 어린 시절에 바라보던 어른들과 특히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에는 50세가 넘는다고 천명을 알지는 못할 것 같고, 70세가 된다고 해도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 근처에도 못 갈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여행하기 좋은 시절은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이다. 세상에 완벽한 여행은 없고, 완벽한 사람도 없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 책은 20대의 무모함을 많이 잃은 지금, 배낭여행보다는 좀더 비싸고 깨끗하고 아늑한 곳을 원하는 여행을 생각하며, 약간 주저앉고 있는 나에게 '도전과 여행'이라는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사진들만 다시 넘겨보며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가득 심어놓는다. 나에게도 그곳으로 여행할 기회가 올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