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밥상 표류기
양희주 지음 / 스타일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나도 제주에 왔다. 도시 토박이로 살다가 여기 살겠다고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 여전히 나는 '육짓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 이외의 한국 땅을 '육지'라고 부른다. 처음엔 그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도 "육지에서 손님이 왔다"는 등의 표현을 쓰는 걸보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나보다.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제주어와 제주음식이다. 이곳의 언어는 외국어를 방불케하는 낯선 말이다. 열심히 배워보겠다고 해도 쉽지 않다. 거의 표준어를 구사하는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어르신들의 제주어는 절반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곳의 음식은 어떠한가. 사실 아직 적응 중이다.

 

 언어와 음식은 문화의 기본적인 부분일텐데, 나에겐 아직도 부족한 점 투성이다. 그런데 반가운 책을 만났다. <제주밥상 표류기> 처음에는 제주 음식에 대해 간단히 나열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재미까지 곁들인, 육지에서 온 내 눈높이에 딱 맞는 책이다.

 

 일단 구성이 맘에 들었다. 음식에 대한 책인 만큼 음식 이야기를 하며 소문난 맛집을 알려주고, '밥먹고 가보자'라고 근처에 가볼만한 곳을 소개해준다. 흔히 관광지로 알려진 곳을 점찍어가며 가보고, 근처에 밥먹을 집을 허둥지둥 찾아서 먹고 실패하던 나의 여행 패턴을 바꿔볼 계기가 된다. 다음 번에는 맛집을 먼저 가보고, 배를 두둑하게 한 후에 근처 가볼만한 곳에 다녀와야지! 생각해본다. 만화 <식객>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에 솔깃해지다가 음식에 침흘리게 되는 느낌.

 

 읽다보니 나도 알게 된 제주인들만의 사소한 일상에 공감한다. 자판기커피 혹은 다방커피라고 부르던 커피를 이들은 '잔치커피'라고 하고, 멸치를 '멜'이라고 하는 것, 제사상에 카스테라가 올라간다는 것 등등 제주에 와서 만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서 사소하게 발견했던 것들을 책에서도 읽게되니 숨은그림찾기 하는 것 마냥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는 외부인이라는 느낌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쨌든 그러면 어떻고 이러면 또 어떻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세상은 아무 문제가 없고 아름다운 것을! 군침도는 맛집을 마음에 담아본다. 다음에 꼭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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