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흥미롭다. 이 책을 대하는 나의 시선은 반짝반짝 집중되었다. 무심히 지나쳐갔던 도시 속 예술작품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예술에 관심이 더 생기고, 도시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도시에도 예술가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작품이 곳곳에 있었다. 그저 나에게 예술을 보는 눈이 없었을 뿐. 바쁘게 쓰윽 스쳐갔던 작품들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각박한 도시에 살면서 그래도 도시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비행기로 이착륙할 때였다. 가까이서 보면 삭막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지만, 멀리서보면 아름답구나. 생각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야경도 멋지고, 성냥갑같은 아파트들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되살려보게 된 문장이 이 책 속에 있었다.

도시를 아름답게 보는 법 세 가지. 새의 눈으로 본다, 조감도. 어둡게 본다, 야경, 멀리서 몽롱하게 본다, 원경. 유명 도시 관광사진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146p)

왜 나는 아름답게 볼 수 없는 포인트에서 도시는 무미건조하고, 삭막하고, 상처투성이였다고만 보았을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내 마음의 중심을 조금만 바꿨으면, 그렇게까지 힘든 곳은 아니었을텐데. 생각해본다.

 

 이 책은 도시 속에 숨겨진 예술 작품에 대해 짚어준다. 일일이 설명해준다. 사실 숨겨진 것도 아니다. 눈에 띄게 있는데 그저 스쳐지나갔던 것은 나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꼭 집어서 설명을 해주니 알 것도 같다. 그냥 흘려봤던 작품들이 새롭게 보인다.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흥미 유발은 기본이고.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 정말 괜찮다. 똑같은 건물, 간판, 거리, 획일화된 모습에 숨이 막혔고, 무언가 작품이 설치 되어도 나에게 어떤 의미도 없었다. 삭막한 도시 속의 비슷비슷한 공간에 지쳐버려 탈출했다. 탈출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지쳐버린 도시인의 마음을 잡아끌어준다. 도시이지만 이런면도 있었다고, 삭막하지만은 않다고, 세세히 알려준다. 엉엉 울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쥐어주는 사탕같은 책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이 책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