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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서 나의 현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본다는 것이다. 맞장구 치게 되고 자신과 같은 현실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맞아, 이런 현실. 힘든 것 맞지? 나도 힘들었어.", "나 말고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있구나!", "비슷한 상황에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나의 경우에도 이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거구나." 그래서 책에서 그런 부분을 발견하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낀다. 마음의 위안이 된다.
나에게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은 바로 '사자 가죽'이었다. 아마 저자와 비슷한 시대를 거쳐가면서 느끼게 되는 공통적인 분모였을 것이다. <사자 가죽>은 써머싯 몸의 장편 소설이다. 당나귀가 우연히 사냥꾼의 집에 걸린 사자 가죽을 훔쳐 뒤집어 쓰고 사자 행세를 하는 이야기다.
우습게도 이 사회에서는 상류층 사자들이 중산층 당나귀에게 '사자 가죽'을 뒤집어쓸 것을 권유합니다. 당나귀들이 사자에게 요구되는 규범성을 갖추면, 진짜 사자 입장에서는 다스리기가 훨씬 쉽습니다. 사자에게나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자도 지키지 않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당나귀들이 실천하기 시작하면, 사자의 삶은 훨씬 편해집니다. 사자들은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상류사회에서 놀고먹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면 됩니다.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당나귀들은 늘 자기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한다고 자책합니다. 진짜 사자들에게 뭘 요구할 생각을 못 합니다. 사자보다 열심히 '계'를 지키다 못해, 나중에는 더 못사는 빈곤층의 토끼나 양한테까지 그 '계'를 강요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합니다. (163p)
또 한 가지는 '위인전 과잉의 부작용' 부분이었다. 어렸을 때, 방에는 위인전기가 전집으로 꽂혀 있었고,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어린 나에게 그 책들은 재미없는 책이었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잃기에 충분한 책들이었다. 지금에야 다양한 시선으로 위인들을 바라보는 책들이 출판되고 있지만, 그 당시는 뻔한 스토리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같지 않은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괴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쨌든 저자는 위인전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돈과 권력을 멀리하라고 하시면서도 언젠가는 아들이 청렴함을 무기로 나라를 구할 지도자가 될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당연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나중에 보면 정말 형편없는 경우,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 중 하나가 위인전이다. 아직 주체적으로 위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현실감없는 신격화된 위인들의 이야기를 주입시키는 것, 그것도 부정적인 부분은 왜곡시키고 한 면만 보여주는 그런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에 무색하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소심한 개인이어서 그런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이 그래서 그런가? 그러면서도 더이상 이중적인 잣대가 아닌, 욕망을 인정하고 그 시점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중년을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어보고 술자리의 안주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읽는 시간보다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