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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가방 -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김희진 옮김 / 시공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거 괜찮은 아이템인데?' 얼마전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으면서 여자의 심리와 연관된 여자의 물건도 다루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역시 가방, 여자들은 작든 크든 꼭 가방을 소지하고 다닌다. 가방을 갖고 다니지 않는 남자들이 볼 때에는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무엇을 그리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외부에 다닐 때에는 꼭 가방을 메고 다니는 여자들의 심리를 그녀들이 소지하는 물건을 보며 파악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했다.

<여자의 가방>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이라는 표현을 보며 공감한다
이 책을 펼치고, 프롤로그를 보면서 웃음지었다.
여자에게 가방은 달팽이집과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달팽이집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들 안다는 것, 그리고 달팽이가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자의 가방은 작은 것, 큰 것, 단단한 것, 흐물흐물한 것, 어깨에 메는 것, 손에 드는 것, 딱 봐도 깔끔하게 정리된 것, 완전히 뒤죽박죽인 것 등 가지각색이다.......가방 안에는 세상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여자의 가방은 달팽이집과 달리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었을 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 안에는 세상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는 표현이 공감되었다.
프롤로그를 보다 말고, 나의 가방 속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지갑, 수첩(큰 수첩, 작은 수첩), 볼펜(세 자루나 들어있었다), 화장품 파우치, 카메라, 책 한 권, 휴대전화, 선글라스, USB, 휴지. 인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가방에 넣을 것이 없다며 지갑 하나 넣어가지고 다닌 기억이 채 4개월도 안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의 살림살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혹시 필요할 지 모를 물건들이 점점 늘어나서 삶의 무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책, 선글라스, USB, 휴지 정도는 사실 안가지고 다녀도 크게 불편할 것 없는 물건들이고, 지금껏 가지고 다니면서 활용도가 낮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없으면 불안한 느낌은 뭔지.

나도 그렇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가방의 다양한 물건들이 나를 예술적으로 만들어주나보다
하지만 이 책은 점점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처음의 기대감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고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남자여서 그런지, 여자의 심리가 시원시원하게 담겨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 등장 인물들이 외국인이어서 정서상으로 다른 면이 있어서 공감도가 떨어졌다는 점이었다. 좋은 소재와 제목인데, 내용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와 주변인들의 가방, 그 안의 물건들과 그녀들의 심리상태를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