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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자
강만희 글.그림 / 하다(HadA) / 2012년 3월
평점 :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욕망에 사로잡히나보다. 항상 바쁘게만 살던 도시 생활,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바라보니 저자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초입에 적힌 작가의 글을 보고 그 당시의 내 마음을 생각해본다.
현재의 내 모습에 대하여, 무엇이든지 움켜쥐려 했지만 그 어느 결과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생활이었습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달리는 궤도가 길고 지루하며, 때로는 무섭다고 느껴지던 무렵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잠시 접기로 했습니다. (책 中)
그리고 나도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더 공감되는 책이다. 자연 속에서, 삶을 생각하고, 꿈을 되새기는 시간, 작가의 글을 보며 공감한다. "단순해져버린 삶만큼이나 생각의 깊이는 더해졌고, 머리가 시원해지는 만큼 생각의 범위가 넓어짐을 새삼 느꼈습니다."
맞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내 현재 심리 상태를 정리해본다.
저자의 글을 보면서 나의 현재를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 비움, 휴식 등의 단어를 떠올리며 현재를 누린다.
머나먼 인생길에 잠시 비켜나서 큰 쉼표 하나를 찍었습니다.
쉼표를 찍고 있는 나의 현재,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 있어서 위안도 되고, 힘을 얻는다.
아주 작은 소원들이 많습니다.
아침 햇살 가득한 마루에 앉아 평화롭게 책 뒤적이며 여유부리기,
문을 열면 숲 속 향기 흠뻑 취할 수 있는 산턱 앞집에 살기,
그 집에 창문이 있으면 더 좋구요.
하루 종일 게으름 잔뜩 피우기,
밤하늘 바라보며 별자리 여행 떠나기,
보름달 바라보며 소박한 소원 빌기,
걸어서 도서관 다니기,
흙냄새, 풀냄새, 들냄새, 나무냄새, 맘껏 느낄 수 있는 시골 촌동네를 내 아이의 고향으로 만들어 주기.
아주아주 사소하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이 저의 작은 소원이었죠. (19p)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현재 생활을 정리해본다.
아침 햇살 가득한 툇마루에 앉아 커피 마시며 책 뒤적이기,
가끔 나타나는 꿩소리, 아름다운 새소리 들으며 문득문득 내 존재를 일깨우기,
보일러 잔뜩 돌게하며 아랫목에 뜨뜻하게 몸 지지기,
밤하늘 별과 달보기,
가끔 도서관에 가서 신간 빌려다 보기,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현재, 이 책을 읽으며 이 행복이 현실임을 더욱 느끼게 된다.
내일 아침에는 햇살 받으며 이 책에 담긴 그림만 자세히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