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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첫장을 넘겨보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잖아!' 엄마에게 읽어드렸다. 버럭~ 화를 내신다. 그렇게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나의 답답했던 과거를 그냥 묻어버리고 만다. 답답하고 싫었고 숨막혔던 나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고 내 상처를 말하면 엄마는 듣기 싫어하신다. 다 잘되라고 최선을 다해 키웠더니 그런 소리를 한다고 하시며. 그렇게 우리 모녀의 대화는 서로 벽을 보며 각자 다른 말을 하는 듯 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내 가족, 내 이웃들의 모습을 보며, 잘못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좀 더 잘해야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무심하게 지냈던 것은 아닌지. 왜 엄마는 나에게 그렇게 하셨는지. 답답하기만 한 현실을 느낀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내 마음 속 곪아있던 상처를 끄집어내 터뜨리고 새살을 돋게 해주는 속시원한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내 상황과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절대 공감 속에 읽게 되었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치유다.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같은 상황에 어떤 생각을 하고 대처해야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점점 읽을수록 이 책의 매력에 빠진다. 애매한 상황을 이처럼 명쾌하게 심리표현을 하다니. 글을 보니 내 마음 상태가 시원하게 잘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의 가족 이야기도 있다. 조목조목 읽어드렸더니 공감을 하신다. 해결책은 없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시원하게 이야기해준다. 숨막히던 현실에서 어느 정도 돌파구가 보임을 느낀다. '한계설정'...그동안 한계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살아왔다. 힘들고 숨막혀도 '다음엔 안그러겠지. 내가 참고 말지.'라고 생각하면서 넘긴다. 그 상황은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시 반복된다. 그러다가 점점 무기력해진다. 용서와 망각을 반복하다가 제풀에 지치고, 결국 나만의 분노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책을 보며 나의 과거를 청산하고 행복한 현재를 맞이할 마음을 다잡는다. 한계설정과 자아구축, 그 두 가지를 마음 속에 담는다. 가족은 '미팅'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이 책속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가족의 문제는 한 번의 대화로 풀리지는 않는다. 서로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다가도 논리정연한 한 번의 대화로 모든 오해가 눈녹듯 녹아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매개로 엄마와 대화의 장을 열었다.
"나는 그때 엄마가 나를 위로해주길 바랐나봐요."
"우리 딸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가 미안해. 그때는 나도 내 슬픔밖에는 보이지 않았어."
어쩌면 나는 이 책으로 위안받고, 엄마의 말 한마디로 스르륵 녹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물론 한 번의 독서로 모든 과거가 깨끗이 씻기지는 않겠지만, 또다시 과거의 답답한 시간이 생각나면 이 책을 꺼내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