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단순한 기록의 의미, 거기에 조금더 의미를 주고 싶었다.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대충 찍었고, 카메라에 의존했다. 때로는 내 생각보다 더 근사하게 세상을 담았던 카메라, 그냥 그것으로 만족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의 생각이란 것도 담고 싶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을 볼 때면 말이다. 그래서 사진 관련 책을 종종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사진을 철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의 생각에서 한 차례 발전하도록 생각하게 된다. 다음 문장에서 나는 뜨끔한 무언가를 느꼈다. 

 

취미든 재미든 직업이든 제대로 된 사진이려면 자기 생각, 자기 소재, 자기만의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아무거나'만큼 참혹한 주문이 없는 것처럼, 아무거나 찍는 사진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주제, 소재, 대상을 분명히 가릴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것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사진은 주제로부터 소재, 소재로부터 대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다. 그렇다면 why, what, how에 대한 질문 앞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146p)

 

 '아무거나'만큼 참혹한 주문이 없는 것처럼, 아무거나 찍는 사진은 있을 수 없다는 문장이 사진을 대하는 내 마음을 다르게 한다. 나는 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지 못했고, 피사체를 마음으로 느끼려고 하지 않았는가. 내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들을 '아무거나' 찍어대면서 사진에 느낌 없음을 사진기의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는지.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

 

수많은 날, 바라본 세상 속에서

단 한 번도 결정적 순간이 아닌 때는 없다.

수많은 날, 만났던 시간 속에서

단 한 번도 운명적인 순간이 아닌 때가 없다. (167p)

 

 생각하는 사진을 보며 사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에 감정을 넣고,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내 마음에 투영된 세상이니까.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진다. 사진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고,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 마음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누군가의 사진을 보며 그 사진을 찍은 의도와 마음을 읽어내고 싶다. 사진은 그저 피사체를 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행동이니 말이다.

 

 사진을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으로 사진과 세상을 새롭게 본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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