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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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환경은 바뀌고 있다. 빵집보다는 제과점, 베이커리의 이름으로! 다방보다는 커피전문점! 미용실보다는 헤어샵! 정말 이상하다. 우리말보다는 한문, 한문보다는 영어로 바뀌는 것이 멋지게 느껴지나보다. 하긴 내 느낌도 그렇다. 중학생이었던 때, 고입 원서를 쓰러 학교 앞 다방에 들어가서 차 한 잔 하며 원서를 작성했는데, 지금은 들어가기 꺼려진다. 몇 년 전, 길을 걷다 지쳐서 우연히 들어가려던 '다방', 문을 여니 화장 짙은 아가씨가 노려보듯 쳐다보는 눈길에 '앗, 내가 들어갈 곳이 아닌가보다.'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다방은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라져가는 '다방'이라는 곳이 아쉽긴 하지만, 내가 발걸음할 용기는 나지 않는 현실. 그래서 책을 보며 전국의 다방을 여행해본다. 저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았을 때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책을 통해 대신 경험해볼 수 있는 것, 책을 읽으며 다방 여행을 해본다.

 

 다방이라는 곳은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는 저자.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쉽게 찾을 수도, 즐겨 찾을수도 없는 곳이라는 것이 내심 안타까워진다. 이런 변화 속도로 본다면 먼훗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이미 사라진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제목과 소재가 참 괜찮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밋밋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없나보다. 아니면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그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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