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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맛, 파리 - 문화와 역사가 담긴 프랑스 요리에 탐닉하다
민혜련 지음, 손초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파리는 나를 매혹한 곳이다. 처음 갔을 때에는 고풍스런 그들의 생활 공간과 골목길이 나를 매혹했고, 두 번 째 갔을 때에는 그곳의 사람들이 나를 매혹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다음 그곳에 갔을 때에는 내가 파리의 크로와상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식으로 빵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빵과 우리 나라에서 간식으로 먹던 빵이 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그곳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파리의 음식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의식주라는 인간 삶의 기본을 구성하는 부분 중에서 나는 파리의 식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몇 군데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여행자들을 위한 맛없는 음식을 먹은 것이 전부였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형편없이 떨어져서 내가 왜 그런 음식을 먹겠다고 비싼 돈을 치렀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너무 모르고 아무 곳에나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메뉴판을 보아도 무슨 음식인지 잘 모르고,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도 별로 없었으니, 음식점에서 기억에 남는 음식을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그다지 미식가가 아니다. '어떤 음식점의 무슨 음식을 먹었더니 참 맛있었다.'라는 후기만 보고 똑같은 음식을 시켜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음식에 엮인 이야기나 그에 담긴 문화를 알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화와 역사가 담긴 프랑스 요리'라는 점이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다음에 파리에 가면 도통 모르던 음식을 알고 시켜 먹겠다는 의지도 한몫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다.
저자는 10년간 파리지앵으로 살았다고 한다. 파리지앵의 생활과 음식에 대한 이해도로 이 책을 풍성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부분의 장봉이나 달팽이 요리는 내가 육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저 이해하는 수준으로 읽어가며 넘어갔는데, 마들렌이나 마카롱, 바게트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며 머릿 속에 빵을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마카롱에 얽힌 이야기도 몰랐던 지식을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에 신기했고, '파리의 완벽한 바게트에는 비밀이 있다' 부분을 읽으며 나만의 바게트 추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의 기억 속에 바게트도 여행의 추억과 버무려져 최상의 기억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먹던 바게트 맛이 그리워서 빵집들을 돌아다녀봤지만, 그 때의 그 맛을 내는 빵집은 없었으니 말이다.'추억의 음식은 입의 감각만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먹기 때문이다.(130p)' 라는 저자의 말이 내 마음 속에 맴돈다.
와인, 치즈에 대한 이야기도 나의 지식을 풍부하게 해줬고, 책의 마지막에 담긴 '파리의 전설적인 명소들'을 보며, 다음에 파리에 가면 꼭 들러보겠다고 표시해두었다. 다음에 파리에 가게 되면, 음식에 대한 기억을 제대로 남겨놓고 싶어진다. 독서는 때로는 그냥 스쳐지나가게 되는 것을 한 번 더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데,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의미가 되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보니,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된 듯한 느낌에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