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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ㅣ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후, 언젠가는 꼭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리나 비용, 시간 등의 문제로 그 길에 가겠다는 생각은 자꾸 미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그 길에 대한 생각을 포기할 수 없어서인지, 산티아고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남궁문의 초기작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보고, 이 길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 길을 걸으며 내 안의 신을 만나고, 변화된 나를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산티아고에 대한 호기심은 강해졌다. 길을 걷고 또 걸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산티아고 가을길을 담았다는 책 소개를 보고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처음 읽었던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은 얇은 책이었지만, 남궁문이라는 화가가 계절별로 엮은 이야기는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했고, 이 가을, 산티아고가 나를 부르면 눈 딱 감고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정말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걷고 싶은 길, 산티아고! 작가가 걸은 산티아고는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을지, 그의 내면에 어떠한 울림을 주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남궁문이 산티아고 길을 거꾸로 걸으며 개인적인 느낌을 적은 글이다. 저자의 글은 너무도 솔직하고 건조했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걷는다는 것은 사람을 뾰족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가 산티아고를 걷는다고 결심하고 실행하게 될 때에는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한국사람이라고 반갑게만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걷다 지쳐 만나면 쌩하니 지나갈 수도 있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스스로의 생각에 잠겨 인사의 여유가 없을 때도 있을텐데, 반갑게 인사하지 않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돌아와서 식사초대에 많이 응하지 않았다고 서운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사람들은 정말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보며 산티아고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미루게 된다. 가을 편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이 가을에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책이 된다면, 주저없이 그곳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바쁘게 걷다가 쓱 지나가버리면 상처받게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왠지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이미 유명해져 한국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는 그 길, 내가 누군가의 상처가 된다면, 그곳을 걸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겠다는 나의 결심은 이기적인 행동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도 혼자 생각에 잠겨 걷고 싶은데, 다짜고짜 어디서 왔냐느니, 이름이 뭐냐느니 등등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그런 나의 태도가 그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빼고 나면 이렇게 두껍게 엮일 수 없는 책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저자의 개인적인 기록을 위한 책, 어떤 사람들을 만났으며, 책을 내기 위해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이렇게 책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길을 여러 번 걷고 거꾸로 걸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다른 내부의 이야기는 차라리 책에 담지 않았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일정, 뾰족하게 날이서지 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서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든 서로에게 상처니까. 자신의 태도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