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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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10대, 20대에는 ‘일기’라는 것을 썼다. 지금은 켜켜묵은 먼지 속에 쌓여있지만, 가끔 정리한답시고 열어보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내가 정말 이런 생각을 했다구?’ 분명 내 글씨고 내 일기장인데 낯설 때가 있다. 그래도 그 시절의 일기를 보며 ‘그때 나의 생각은 이랬구나!’,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일들도 있다.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지금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일반인에게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마다 기억이 다를 수도 있고, 조작된 기억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장 유치한 전개가 괜히 차사고가 나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려 모든 것을 낯설어하며 “누구세요?”를 외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전개가 막장드라마보다는 신선하다. 나는 소설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사람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에는 관심이 간다. 어떻게 심리 묘사를 하고 있을지, 어떤 전개를 할 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두께에 압도되어 약간 고민했지만, 일단 이 책을 손에 잡으니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전혀 지루함없이 단숨에 읽어가게 되었다.


 

 이 책의 소개를 보고 <리멤버 미>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3년 정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진 주인공 렉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기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 책을 읽으며 사람의 기억이 충분히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일기라는 것은 100% 진실만 담겨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믿을 수밖에 없는 나의 기록! 알츠하이머에 의해 기억을 점점 잃어가던 주인공 앨리스의 이야기가 담긴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도 생각난다.

 

 <리멤버 미>,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내가 잠들기 전에> 이 세 권 각각 독특한 색깔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집중해서 읽은 소설들이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반전은 생각보다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를 즐겨 읽지 않는 나도 뻔히 예상이 되는 결말이었는데,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는 좀 시시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기록과 기억,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 누구를 믿고 믿지 않을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주인공 크리스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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