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거슬러올라가보면 내 몸이 최상의 상태였던 때는 자취생활을 하던 때였다.
하루 세 번 규칙적으로 밥을 먹되,
그 전 끼니를 거하게 먹으면 다음 끼니는 굶거나 조금만 먹었고,
인스턴트 식품은 손대지 않고, 직접 해먹었는데,
맛은 상관없이 최소한의 조미료만 넣어 음식을 해먹었다.
어떤 때에는 절에서 금한다는 오신채(五辛菜)도 금하면서 ‘나 수행 중인 것 같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신채 [五辛菜]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
우리 나라 사찰에서 특별히 먹지 못하게 하는 음식이다.
마늘과 파·부추·달래·흥거의 다섯 가지로,
대부분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흥거는 미나리과의 식물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물이며
한국에서는 양파를 금지하고 있다.
오신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들 식물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율장(律藏)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한다. 사찰음식에서는 이들 식물을 대신하기 위해 다시마, 들깨, 방앗잎, 제피가루, 버섯 등이 사용된다.
[출처] 오신채 [五辛菜 ] |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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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에게 상식처럼 자리잡은 식문화가 몸을 상하게 할수도 있고,
갖은 인공조미료와 강한 맛으로 무장한 음식까지도
그저 한식이라는 이름만으로 건강식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도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잘 맞는 음식이었지만,
남들이 보면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하는데, 영양 불균형이 될 법한 식단이기도 했기 때문에
어쩔 때는 ’무엇을 더 챙겨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불확실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선재 스님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이 책이 좀더 일찍 출간되었다면......!!!
그런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사찰음식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는 소식(小食),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채식(菜食),
가공되지 않은 천연재료를 이용하는 자연식(自然食),
오신채를 쓰지 않고 원 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특징을 갖는다.
소식을 통해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익히고, 채식과 자연식을 통해 생명 존중의 사상을 체득하는 것도
사찰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은 깨달음이다. (43p)
이 책의 장점은 사찰음식 레시피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그 맛이 더해지고,
먼저 죽 넘겨 보았던 레시피가 이야기를 보고 나서 다시 보니 새롭다.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며, 왠지 모르게 경건해진다.
음식 만들 때의 마음가짐, 먹을 때의 마음가짐 등
나에게 생명력을 주는 에너지를 깨달으며,
정갈한 음식을 경건하게 만들어 먹으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활 습관과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
부록에 담긴 레시피북은 주방에 놓고
제철 식재료로 깔끔한 음식을 정갈하게 준비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해봐야겠다.
나는 무엇보다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 존중 사상을 전하고 싶다. (84p)
이 책에서 선재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고,
나는 그 생명 존중 사상을 이 책을 보며 느꼈다.
매일 먹는 음식에 온 우주가 담기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