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부의 수수께끼
정성호 / 사람과사람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에 나와있는 서평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였다. 
그 책 속의 <터부의 수수께끼>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제는 사람은 왜 애완동물을 먹지 않는가. 
많지 않은 양에 눈이 번쩍 뜨이는 정보가 가득 들어가 있는 진짜 명저. 
무제한, 무조건적으로 허락해버리면 혼란과 무질서의 카오스 상태에 빠지게 되어 터부라는 문화적 장치를 둔 것.

인간 사회에서 어떤 터부들이 있어왔는지, 
어떤 면에서 그런 터부라는 장치가 생기게 되었는지
어느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터부가 있었는지
얇은 책 속에 다양하고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나름 효율적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터부의 방대한 세계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무릇 인류 역사상 터부가 없는 사회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개 사회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이 현저하게 진보된 현대 사회에서도 터부는 엄연히 존재한다. (9p)
이 책을 통해서 음식 터부, 섹스 터부 등 인간 사회에서 허용되고 터부시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음식 터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식터부라고 하면 힌두교에서 쇠고기를 금하는 이야기를 떠오르는데, 막연히만 알고 있었던 실리를 위한 선택 이론을 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최초의 힌두교 경전인 ‘리그 베다’는 쇠고기를 배척하지도, 암소를 보호하지도 않았다고 하고, 오히려 베다시대의 브라만 계급의 주요 의무는 소의 보호가 아니라 소를 도살하는 것이었으며, 결혼식이나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소를 도살하여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해리스의 주장은 필요에 의해서, 높은 수익률을 위해서, 즉 암소를 잡아서 먹기 보다는 오랫동안 우유를 비롯한 요쿠르트, 유지 등을 공급받는 편이 훨씬 수익률이 높으니 신성한 소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하는 터부가 확립되었다고 했다.
물론 아직도 결론난 것은 없이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이고, 해리스의 주장도 한 가지 이론일 뿐이긴 하지만 나름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성서의 금식리스트도 시대의 변화와 해석의 차이로 필요에 의해 변화한다.
허식과 금식의 원리가 어떤 기준에 의거하였는지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잘 모르겠고 저자 자신도 종잡을 수 없다고 밝힌다.
게다가 석가도 자신을 위해서 눈 앞에서 살해된 것이 아니라면 한 평생 육식을 중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령이 된 붓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하던 어느날,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그 곳에서는 정중한 예우의 표시로 멧돼지의 고기를 부드럽게 찐 ‘스라카 맛다바’라는 음식을 접대했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것을 먹은 석가가 급성중독 증상을 일으켜 열반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스카라’가 돼지고기인지, 돼지가 좋아하는 버섯인지는 번역상의 차이로 인해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지 않다. (66p)

터부란 애매한 사물이나 인간에게 표시된 금단을 말한다고 한다.
특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경계 상에 속하기 때문에, 터부라는 문화적 장치를 두게 되었다는 것을 들며, 조목조목 설명되어있어 읽을 거리가 풍성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의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문화를 보며 때로는 경악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덧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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