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있다.
2권에는 규슈, 시코쿠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코쿠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1권부터 읽어가며 모르던 곳을 소개받는 기분도 좋았지만,
시코쿠 이야기가 시작되며 나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드디어 시코쿠다!!!”

시코쿠 순례길이 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은 ‘오셋타이’다. 
시코쿠의 주민들이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는 공양물.
그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순례자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주민들에게 오셋타이를 제공하는 전통이 있다면 순례자들에게는 그 선물을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 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117p)

처음에는 시코쿠 순례길이 그저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다른 길들의 유명세를 따라 일본의 절들을 걷는 길을 연결하여 만든 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랜 전통과 순례 문화가 있다는 그 길에 급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걷는 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은 다음 문장이다.

걷기 시작한 지 보름째,
1200킬로미터의 여정 중 이제 3분의 1쯤 걸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발을 옮기는 이 일의 의미는 뭘까.
지쳐가는 나. 
끝도 없이 살아나는 물집에 지치고,
나도 모르게 오셋타이를 바라는 속된 마음에 지치고,
매일 밤 빨아야 하는 냄새 나는 옷에 지치고,
110엔짜리 물 한 병을 못 사먹는 소심함에 지치고,
아침마다 반복되는 짐 꾸리기에 지치고,
“와카리마셍(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을 반복하는 일에도 지친다.
부처님께 기원한다.
처음의 그 마음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그게 어려우시다면 제발 비라도 멈춰달라고. (176p)

나도 걷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 그 길에서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런 것이 여행 서적을 느끼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 포장된 즐거움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을 같이 경험하게 된다.

김남희 님의 글은 맛깔스럽다. 
비슷한 성향의 여성일거란 생각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길떠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는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길떠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대리만족의 위안을 준다.

“낫토도 끔찍한데 비릿한 날계란까지 따라나오다니! 채식주의자에 음치인 내가 고깃집에서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뒤풀이에 끌려가는 기분이다.”라는 문장에서도 그 기분이 느껴져서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또한 “삶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임을 시코쿠는 다시 말해주었다.”라는 부분에서도 시코쿠를 걷고 난 후의 깨달음이 전달된다.

그 길을 내 인생에서 언제 걷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늘 나는 책 속에서 시코쿠를 만났다.
그 이야기가 담백하고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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