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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어느 젊은 여류 작가가 일본의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여직원의 체험을 희화화하여 쓴 소설이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만나는 프랑스인 3명 가운데 한 사람은 “정말 그 책처럼 그래요?”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싶지만 일부는 사실이기도 하니, 하지만 외국인에게 그런 말 들으면 화나잖아요. 게다가 인간은 뭐든지 일반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동물이니, 일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책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일본 사회 전체가 그렇다. 일본인은 섬뜩한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이야기 했다고......
이쯤되면 나도 그 책이 궁금하게 생각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그런건지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미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글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니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읽게 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두려움과 떨림>은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실제 있었던 일? 혹은 실제 있었던 일을 좀 과장한 것? 실제 있을 법했던 이야기?
이상하게도 이 책은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논픽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미스터 하네다는 미스터 오모치의 상사였고,
미스터 오모치는 미스터 사이토의,
미스터 사이토는 미스 모리의,
미스 모리는 나의 상사였다.
그런데 나는, 나는 누구의 상사도 아니었다. (책의 시작에서)
상하관계가 확실한 일본 조직 사회에서 서양인 아멜리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맞게 된다.
“분명한 건, 얘기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전혀없다는 거죠.”
“내가 볼 때 더 분명한 건, 얘기를 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상당히 크다는 거요.” (45p)
‘에이~ 정말일까?’ 라고 생각하던 처음과는 달리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마찬가지로 ‘정말 그럴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직장 조직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요네하라 마리는 책에 기술된 직장 여성의 체험담 그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당히 괴기스러우리만치 과장되어 있어 오히려 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썼다.
나는 숨기던 단점이 드러나서 괜히 부끄러워지는 느낌이랄까?
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