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탐사여행 - 서울대 의대생 한의학을 만나다
윤영주 엮음 / u-북(유북)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 의료체계를 보자면 양방과 한방으로 나뉘어있다.
한의학적인 관점으로는 양방의학에 대한 비판 일색이고,
서양의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한의학을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라며 맹비난을 한다.
각자 자신이 속해있는 분야라든가, 익숙한 분야의 편을 들며, 반대부분은 불신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양쪽 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이원화는 그렇게 상호보완적이지 않고 배타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 <한의학 탐사여행>은 일단 ’의사를 위한 한의학’ 책이라는 점에서 솔깃했다.
의사,한의사 복수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저자가 서울대 의과 대학에서 2006년 한의학을 강의한 내용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의과대학에서의 한의학은 어떤 모습일지, 의대생들은 한의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의문점을 갖는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모아놓은 글들을 보니 
"아,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을 할 수 있겠구나."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의학이나 한의학 분야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것이 없고,
어느 부분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없으니 
그런 현실에서는 최선의 선택만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과학에 대해 작은 질문을 던지는 저자의 강의 내용이었다.
이 질문을 보고 나도 생각에 잠긴다

소아과 강의 시간에 미음이 ’손상된 장 점막의 재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설사를 심하게 할 때는 죽보다도 훨씬 묽게 미음을 끓여 먹이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가 있기 전에는 설사를 심하게 했는 데도 링거액을 맞히지 않고, 미음을 끓여 먹인 어머니들은 ’무식하고’, ’비과학적’인 육아를 한다고 비난 받지는 않았을까요? (소아과학의 역사 가운데서 모유가 분유에게 빼앗겼던 위치를 다시 차지하는 과정, 신생아를 엎어 재우기에서 똑바로 재우기로 지침이 바뀐 과정 또한 마찬가지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차가운 기운이 인체의 후면을 타고 들어오므로 날씨가 차가울 때는 특히 뒷목과 어깨, 등을 따뜻하게 해주라는 것이 한의학의 감기 예방법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질환, 감염질환인데 이런 처치법은 정말 ’비과학적’인 이야기겠지요? 
그런데 정확히 몇 년도 인지는 모르겠으나, 흔한 감기 바이러스 중의 하나인 라이노 바이러스가 33~34도씨에서 가장 잘 증식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목도리로 목을 감싸는 것이 바이러스의 일차 침입 장소이면서 증식장소인 인후두 부위의 온도를 높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는 과학적인 기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한의학의 이러한 처치법을 ’근거없는’, ’비과학적인’ 행위라고 하면서 비난하거나 금지해야 하는 걸까요? (9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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