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여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헨리 코빙턴과 앨버트 루이스!
이 책에는 서로 전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두 성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많은 종교인, 그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을 매개로 종교와 삶, 죽음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 추도사를 써주겠나?"
2000년의 어느 날, 미치 앨봄은 어릴 적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인 렙으로부터 추도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추도사를 쓸 사람에대해 잘 모르고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추도사를 쓸 수 없는 법!
그래서 그로부터 8년동안 미치 앨봄은 렙과 주기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 이야기가 이 책에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담겨있다.
그리고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목사 헨리 코빙턴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있다.
사실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배타적인 사람들의 태도, 다른 사람이 믿는 신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독단적인 자세를 보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닐텐데......
그래서 일단은 책에서 종교의 분위기가 풍겨나오면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종교적인 것은 대화의 주제가 되어서도 안되고, 결론이 날 수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이 책도 처음에는 종교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당황스러웠다.
계속 읽을 지, 아니면 그냥 멈춰버릴 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그런 느낌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바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은 열린 마음을 알려주는 렙의 자세였다.
그리고 다음의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신과 우리의 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리시길.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냥 ’신’이라고 말했을 때에는 말하는 사람, 자신의 신만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당신의 신’과 ’우리의 신’을 함께 말하는 것은 상대방의 세계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에 덧붙여 상대방의 마음 속 신까지 존경하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보며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두 종교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시선을 내 안으로 바꾸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인생을 가만히 바라본다.
나에게 삶과 죽음은 무엇일지, 종교는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누구나 마음에 쓸쓸한 바람이 스밀 때가, 가슴속이 휑해지는 때가 있다.
어쩌면 그런 순간에 이 책이 위로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는, 허한 가슴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힌트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는 역자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나에게 그런 순간이 왔고, 이 책은 나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져줬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