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걷기여행 책이 눈에 띈다.
산티아고? 시코쿠 순례길? 정말 큰 맘 먹지 않으면 쉽게 떠날 수 없다.
비용도 많이 들고, 거리도 멀고, 시간은 상당히 잡아야한다.
그러면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제주도? 지리산? 다 좋지만 그것도 너무 멀다.
그렇게 점점 가까운 곳부터 찾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보니 이 책도 나의 눈에 들어왔다.
사실 서울 토박이로 서울에 살면서 서울을 너무 모르고 있다.
그저 삭막하게 변해가는 것에 대해 투덜투덜 불만만 늘어놓은 채,
그마저 더 옛 모습을 잃기 전에 다니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역사지리학자의 서울 걷기 여행 특강’ 이라는 표지의 글에서,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라는 제목에서!!
아무래도 ’지리’를 떠올리면 지리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고(그건 분명 입시교육의 폐해다!!),
’역사’라는 단어가 붙으면 뭔가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나의 두려움을 저자가 먼저 알았는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역사지리학자의 입장에서 우리를 안내해주는 것인지,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를 딱딱하게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모습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쉽게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부터 있었지만 나의 시야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던 많은 역사적인 흔적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당장이라도 지도를 들고 서울 거리를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지식의 획득 면에서, 그리고 서울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