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난히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바람이 되어도 좋아> 남극에서 히말라야까지 그녀만의 걷기 여행이 담긴 책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니 ’남극’을 여행한 사진과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말 추워보인다. 읽을수록 더 추운 느낌이 든다. 영하 30~35도 사이라니! 지금 이곳은 거기에 비하면 추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남은 내 생에 다시 오지 못할 확률 99.999퍼센트......" (75p)라는 말이 확실히 와닿는다. 내 평생 그 곳에 가지 않을 확률 또한 99.999%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더이상 떠돌아다니지 말고 정착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뻔한 나의 미래에 두려워지고 있다는 것...그것이 요즘 느끼는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가 일기에 적어 넣었다는 글귀가 마음을 울린다. 만약 내가 백수가 되어도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미래는 나를 공포스럽게 한다. 나는 원래 여행가가 되었어야 한다. (275p) 하지만 일단 아무 것도 저지를 수 없는 현실에서 잠깐 이렇게 책으로나마 마음 속의 일탈을 경험해본다. 내 평생 가지 않게 될 곳 대부분과 내 평생 꼭 가게 될 곳 한 군데를 찜해놓고, ’언젠가는...’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며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이 책은 시들어가던 나의 마음을 활활 불태워주는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