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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베르타의 사랑 -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 되는 열정의 기상학적 연대기
쿠카 카날스 지음, 성초림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나귀 페데리코가 여러분이 크리스마스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귀여운 출발이다.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되는 열정의 기상학적 연대기’라는 표지의 글이 조금은 뜬금없이 느껴졌지만,
날도 춥고한데, 가볍고 즐거운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막 열 여섯 살이 된 소녀, 키다리 베르타 킨타나는 크리스마스 마을에서 키가 제일 컸다.
크리스마스 마을이 분홍마을이 되기 까지의 기상 천외한 이야기,
크리스마스 마을과 폰사 마을의 이야기,
후안 킨타나의 딸 사랑,
키다리 베르타와 요나의 사랑 이야기 등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황당하면서도 우습고 어이없으면서도 안타까웠다.
본인들은 심각하게 사랑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웃고있자니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만큼
베르타와 요나의 사랑이 더해갈수록
폰사마을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어긋나기만 하고 사건은 꼬여만 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베르타와 요나...그밖의 등장 인물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
마지막에 출연진들이 남긴 한 마디를 인상깊게 보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리고 이 책의 부록을 읽는 것도 다른 책에서는 못 본 독특한 즐거움이었다.
마지막으로 옮긴 이의 말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 그것이 우리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자연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기지 넘치는 문체를 동원해 가볍게 담아내고 있다. (246p)
우리도 내내 포근하다가 수능시험 날이 되면 갑자기 칼바람이 불고 추워지는 경험을 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긴장되고 얼어붙으니 날씨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흘려듣곤 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흘려 넘기지 않고 소설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그리고 이 책에 별을 다섯 개를 준 이유는 키다리 베르타가 키가 커서 일어난 일들에 공감하며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히 높은 데에 있는 물건이나 내리는 데에나 유용하고, 또래 남자아이들은 사진 찍을 때 내 옆에서 찍기 싫어하거나 한 계단 올라가서 찍었던 일들......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던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리면서 읽는 재미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