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생각했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저자는 길을 정말 잘 잃어버리는 길치겠구나! 길을 잃고 헤매다가 뜻밖에 발견한 곳들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가득하겠구나! 여행 이야기가 가득하겠구나! 나의 기대는 정말 강했나보다. 일단 그렇게 생각한 것은 ’땡~!!!’ 책의 제목과 저자만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하는 나같은 사람을 낚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매력보다는 여행의 힘든 점을 떠올리며 짜증을 느끼게 된 솔직한 글이었다. 나중에는 영화이야기, 사회이야기, 미술이야기, 다른 문인 이야기 등등 이미 ’여행’은 사라져버린 산문집이었다. 내가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유명한 시 제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목이 너무 슬퍼서 그랬는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는지, 지금 나의 기억에는 그 시가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책을 냈다는 선전을 보고 반가운 마음도 들고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여행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제목에 불만이 생긴다. 표지에 여행 사진이 첨부되지 않았어도,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없었어도, 나는 이렇게 낚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왠지 씁쓸해지는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