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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 집 책장에 오래 전부터 꽂혀 있던 로맹 가리의 책이 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동생이 꽂아놓았던 책인데,
나는 그저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하며, 여전히 제목만 읽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을 보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이 있었다.
"출판사에서도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광고를 통해 작자를 찾기까지 한 ’75 공쿠르 상 수상자 에밀 아자르! 그는 누구인가?"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랬구나! 왜 나는 몰랐지?
사실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든 소설가의 소설을 꼼꼼하게 다 읽을 수는 없다.
어떤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그리고 그 소설가가 책을 냈다고 하면,
우리는 일단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글을 쓰는 사람이고,
이 책에는 어떠어떠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 짐작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이미 낸 사람이나, 어느 연령대 이상의 사람에게서는
아무리 새로운 것이 나왔다고 해도,
사람들이 새롭게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거기에 따른 심리적인 고뇌와 무게감이 상당할 것이다.
사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보다 더 몰입하여 읽은 부분이
이 책의 뒷 부분에 담긴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부분이었다.
유서처럼 남긴 글에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며, 긴장감이 느껴진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 작가는 때로는 어떤 작품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설처럼 남긴다.
지금 나에게 충격과 함께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에밀 아자르이자 로맹 가리의 삶과 죽음 부분이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자기 앞의 생>에 관한 이야기를 남길 여력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