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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개월 전 인터넷 기사에서 알게 되었다.
장영희 교수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고 했다.
사실 그 때에도 어떤 분이신지 잘 몰랐다.
그래도 한 번은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머뭇거려졌다.
신체 장애와 암투병......그런 상황이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나열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너무 무겁고 힘든 이야기를 읽게 되면, 나도 그 무게에 우울해지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에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생각처럼 무겁지도, 힘들지도 않은데다가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주는 이야기,
이웃집 언니같은, 아는 선배같은, 편안한 말투와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오늘 우송되어 온 잡지를 보니 기사 제목이
'신체장애로 천형(天刑) 같은 삶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 시대 희망의 상징 장영희 교수'였다.
'천형같은 삶?' 그 기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난 심히 불쾌했다.
어떻게 감히 남의 삶을 '천형'이라고 부르는가.
맞다. 나는 1급 신체 장애인이고, 암투병을 한다.
그렇지만 이제껏 한 번도 내 삶이 천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178p)
천형이 아니라 천혜의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천형 같은 삶이라고 다른 사람의 삶을 자신의 잣대로 규정짓는 기자의 기사 제목에
당당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이 책은 '샘터'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펴낸 수필집이라고 한다.
'샘터'를 알지 못했고, '장영희'님을 알지 못했던 시절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영희 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