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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ㅣ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
사실 이 책의 '서곡'이 그저그런 음식 이야기였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였고,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많은 책을 냈다는 것 등등...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맛깔나게 담겨있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늦게 그녀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서곡에 나온 통역에 대한 이야기는 내 시선을 확 끌었다.
연설자가 말문이 막히면 '어머나, 내용뿐 아니라 표현까지 고르고 계시나보네. 어쩜 저렇게 성실한 분일가'하고 청중들의 호감을 산다. 그러나 동시통역사가 말이 막히면 지금까지 지금까지 졸고 있던 사람들조차 "뭐야, 뭐야, 혹시 통역사가 졸고 있는거 아냐?"하며 장내가 어수선해진다. -<나의 외국어 학습법> (13p)
언어를 공부해본 나도 그 이야기에 동의한다.
통역이라는 것이 그 순간에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기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간에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그래서 '아브오보'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저자의 방법에 동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현장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고 이어지는 세계음식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에 넋을 잃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동화 속 음식 이야기, 러시아의 음식 이야기, 해외에서의 일본 음식 이야기, 터키꿀엿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음식 이야기와 방대한 정보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공감하게 된 것은 '베어 먹기 시리즈 이해하기'였다.
"선배님, 저희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선배가 그렇게 배려 없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어요."
"그래, 분명 악의가 있어. 사디즘이야. 잔혹할 정도야."
도대체 무슨 행동을 했길래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낼 때 그 답변을 알게 된다.
"그 책 때문입니다."
무슨 책인고 하니 고향의 음식을 가득 담은 책이었다.
단무지, 어묵튀김, 장어덮밤에 환상의 라면까지......
이로 인한 첫 번째 교훈. 음식 책은 절대로 해외 장기 체류자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반대로 그 교훈을 응용해서, 골탕 먹이고 싶은 사람이나 복수하고픈 사람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고 있다면 확실한 수단이 될 것이다. (110p)
해외에 오래 있으면서 한국 음식을 제대로 접하지 못할 때 그 그리움은 향수병을 능가한다.
글을 따라 읽다보면 상황 정리가 깔끔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조금 아니다 싶은 생각마저 담겨있는 것은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는 책이라는 것에 맞게 편집되었으면 더 좋았을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