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금지’라는 단어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것도 시선을 끌어 더 파고들게 만든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읽지 말라면 더 읽게 되고......
사람들의 기본 심리에는 그런 반발심이 깔려있나보다.
그래서 ’금서’라는 단어에 더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천년의 금서>라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 진실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사실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서야 조작된 이론이라거나 말도 안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대학 시험을 위해서는 전국민이 똑같은 답을 선택해야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게다가 교과서에 나온 그 내용들이 진실이라고 믿기를 강요당하며 커나갔고, 
나중에는 그런 의문들을 하나씩 덮어가며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생활이 된다.
'내가 그런 의문을 가졌었나?' 생각도 희미해지면서 말이다.

세상 일은 여러 면에서 조작될 가능성이 많지만, 특히 ’역사’ 부분에 있어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학설만 강조한다거나, 다른 이론은 덮어버린다거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것 등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과거의 일인 '역사'에 대한 소설은 더 흥미를 유발하는지도 모르겠다.
역사란 지난 과거의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관점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소설을 보면 작가의 시선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느낄 수 있어서 소설을 읽는 묘미가 있다.

사실 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살인사건이나 인물들은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얇은 책 두께에 비해 이 책에 담긴 역사적인 사실은 충격적인 것이어서 
살인 사건이라든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긴장감을 느슨하게 해주는 사족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어색한 급마무리에 상당히 아쉬움이 느껴졌다.
제목과 소재의 엄청난 무게가 너무 가볍게 담겼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함을 조금 느껴본다.

이 책에서 파헤치고 있는 부분 중 ’韓’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을 때,
예전의 시간이 잠깐 떠올랐다.
漢의학이 韓의학으로 바뀌었던 때가 고작 1986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던 때가 1996년,
역사 속에서 ’변화’가 있기는 참 쉽고도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별 생각없이 놔두었던 어떤 것들이 바로 잡아지고, 역사가 바뀌어갈 지 궁금해진다.
또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간은 미래에 어떤 역사로 남을 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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