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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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알록달록 색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제목에 맞춰 고양이를 퍼즐 모양으로 나눠 놓은 것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보통 책 표지를 보며 내용을 상상해 보는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글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상이 깨진 건 첫 번째 단편 소설부터였다. 
정말 표지의 그림과 색감이 무색하게 공포스러운 내용이다.
도시기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가 바로 이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도시를 떠도는 괴이한 이야기들...

물론 장소가 도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들은 것인지 알아낼 수 없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일곱가지 이야기들이 각자의 색깔을 들이대며 번쩍인다.
 

<BED> 첫 번째 단편 소설의 묘미는 마지막 반전이다. 
침대를 둘러싼 B와 E, 그리고 다른 D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정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사랑이 식고 난후, 온기조차 느낄 수 없어지는 남녀의 그 싸늘한 뒷이야기가 그랬다.


<퍼즐> 또한 공포스럽다. 
‘ 남편은 퍼즐을 맞추는 내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에서 ‘ 퍼즐 맞추는 여자가 아름답다고 했던 남편은 퍼즐 맞추는 여자의 집요함에 치를 떨게 됐다. ’ 로 바뀌기가 얼마나 빠르던지......

그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되는 그녀. 
가족들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집 밖에는 그녀가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는 검은 고양이가 가소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외로움이 한 여자를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보는 내내 괴롭기까지 했다.

<네비야, 청산가자> 사고로 14세 소년에서 정신이 성장하지 않는 동생을 결혼시키기 위해 중국에 방문하는 누나 미수. 
4박 5일 안에 여자를 만나고, 결혼까지 마쳐야 하는 국제 결혼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세상이 있구나, 싶어진다. 
<나의 결혼 원정기> 라는 영화를 통해 조금은 코믹하게 다가왔던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이 이 소설 안에서는 현실로 변신하여, 불안함을 전한다. 
 

각각의 소설 속에 나오는 그녀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불안하다.

새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을 하고 불안한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손톱을 물어 뜯고 있는 불안정한 여성상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만다.

한 여름 밤 덥고 찌는 날씨를 위한 납량 특집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상처 받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그 위태위태함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그녀들은 언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해 질 가능성이 있기는 할까?

이미 선택을 한 그녀들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슴 아프고,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인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버린 양, 여러가지 떠오르는 생각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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