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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이혜영 지음 / 한국방송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두달 전 제주도 올레 길을 걷고 왔다.
정말 오랜만에 걷기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한없이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어서 특별히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조용히 있는 때가 많다.
그 때도 갑작스레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여전히 시작도 못해봤을 것이다.
물론 제주 올레길의 모든 코스를 다 걸어볼 시간과 여력은 없었지만,
내가 낼 수 있는 시간을 모두 투자해서 걸어 본 그 길은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만했고,
이왕이면 자주 그런 시간을 내서 걷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추석 연휴에 또다시 제주 올레길을 걸을 계획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난 달부터 차례를 기다리며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그 다음에나 읽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잠깐 손을 댄다는 것이 끝까지 읽고 말았다.
나에게 지리산 여행이라는 것은 하고 싶지만 하기 힘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 기억은 대학 졸업여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벼운 산행이라는 가이드분의 말만 믿고 지리산에 오른 우리 과 사람들은
다녀와서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저녁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내려와 주린 배를 채웠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는 힐을 신은 친구도 있었다.
나도 산행은 안한다는 말에 속아 미끄러운 신발로 꽤나 고생을 했다.
물론 그때 본 자연 경관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또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로 경이로웠다.
하지만 그 때의 힘든 시간을 떠올리니 그 다음에는 쉽게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
지리산은 산행이고, 산행은 고행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고,
너무 준비없이 올라간 산길이 생각보다 험해서 힘들었던 기억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행이라......!!
이 정도라면 해볼만 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접 가보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코스를 하루, 이틀, 나누고, 또 나눠서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본다면,
그러면서 자연경관을 둘러보고 에너지를 받아서 온다면,
나에게는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충분히 도시의 삶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이 될 것이다.
사람살이 땅살이 보듬은 산채 비빔밥 같은 길
조만간 이 길도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맛깔스런 문장에 내 마음이 동요한다.
미루면 뭐하겠는가.
일단 기회가 닿을 때 실행해보고 싶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여행 계획을 세워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적절한 사진과 감상이 어우러진 글에 지리산 둘레길 정도는 갈 수 있을거란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부록에 담긴 지리산 길 걷기 길잡이가 많이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든다.
지리산 둘레길을 갈 때에는 부록만 떼서 가지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