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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평점 :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예전부터 읽고 싶다고 목록에는 남겨놨지만, 손쉽게 손길이 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내 손에 닿게 되었고, 단숨에 읽게 되었다.
평범하지 않은 제목 속에 평범하지 않은 여성의 삶과 시선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내 마음을 파고드는 한 마디를 발견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타고난 야성을 길들이려는 부모와 이웃, 그리고 학교의 거대한 훈육의 틀 안에서 자유의지를 조종당한다.
아이의 야성이 지속적인 훈육 밑에서 조금씩 힘을 잃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고, 그 후엔 거리의 무수한 광고메시지가 주입하는 대로 "부자"가 되어 더 많이 "소비"하는 착한 자본주의자가 되는 일에 긴 줄을 설 때, 우린 비로소 "이제 철이 들었다."는 덕담을 듣는다. (5p)
어려서부터의 자연스러운 차별,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대항하지 않는 자세, 그러면서 우리 나라의 여성으로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아들인 남동생이 이제와서 그때의 차별을 이야기해도, 나도 이제와서 그 때 그랬던 것이 부당하다고 이야기를 해도, 나름 가해자였던 어머니는 그런 점에 대해 당연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수긍하지 않으신다.
그 당시 그것이 최선이었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다는 자부심만 있을 뿐, 풀리지 않는 상처를 이야기하는 나만 뒤끝 강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에 순응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게 된다면,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이끌려 별 다를 바 없이 아이들을 키울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지금도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불합리한 세상에 그냥 순응하며 사는 것보다는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날개가 있으나 감옥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비둘기, 너무 많은 여성들에게서 그 모습을 본다. (80p)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대로 자유를 찾을 수 있으면서도 막상 나를 감옥에 몰아넣고 있다.
이번 독서로 나를 묶어놓았던 보이지 않는 끈을 잘라내는 계기를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20대, 30대, 40대는 모두 똑같이 소중하고, 나의 모든 시간들에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즐거움을 배분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다. (110p)
나중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저당잡히며 살고 있는 현실, 적당한 즐거움을 배분하고 싶다.
나에게 똑같이 소중한 시간들......지금보다 돈을 좀 더 번다고 내 행복이 그만큼의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독서 끝에 더 생각이 많아지는 일요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