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느낌의 책을 만났다. 원래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순위가 뒤에 있었는데, 먼저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책 속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책 전체가 이메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메일 사랑 이야기!!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소재이다. 예전에 <접속>이라는 영화가 나왔던 것처럼, 인터넷, 채팅, 이메일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만남을 주선해주는 매개체가 되곤한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주고받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때의 환상이 실질적인 만남으로 깨지기도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예전에 흔히 접했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었다.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고......등등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만 주고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소설! 그럼에도 산뜻하고 깔끔한 느낌을 받게 되는 마무리.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남도 갖지 않은 그 둘의 관계는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사랑일까? 환상일까?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레오와 에미의 이야기가 마냥 부럽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두 명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삶을 혼돈 속에 빠뜨릴만한 존재감을 서로에게 부여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밖에 없는 그들의 관계가 안타까워진다.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내가 날마다 메일로 그녀를 불러낼 때 쓰는 자판 키와 키 사이의 공기에 지나지 않았어요. 훅 하고 한번 불면 사라져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