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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해즈빈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해즈빈: 과거에는 한 이름 날리던 사람. 그리고 이젠 한물간 사람. 46p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보다 굴곡이 있는 것이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더 우울하기도 하다.
가끔 보면 반짝 스타로 세상을 휘어잡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봐도 '해즈빈'이란 생각이 들며 그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
한때는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한 때는 정말 부러울 것이 없이 온 우주를 다 가진 느낌이었을텐데...
지금은 사실 관심이 없는데...그 사람들은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한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데도 굳이 변명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힘들겠다.
우리는 사실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남들의 시선은 두려워하며 산다.
이 책을 보며 주인공 리리코는 너무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우월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근사한 결혼 생활에...항상 자신을 옥죄는 버거운 타이틀을 갖고 살아간다.
사실 우리 삶은 남들보다 더 좋은 학력과 경력을 갖는다고 행복지수가 그만큼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학력과 경력이 제일인 줄 알고 살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새로운 행복을 찾아 살아가면 될 것을, 현실을 변화시킬 의지도 힘도 없으면서 현실의 무게에 감당 못하고 쓰러지는 주인공을 보면 공감을 하다가도 공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덧 우리 삶은 경쟁 사회에서 비교 대상이 있는 삶이 되었다.
우리는 늘 경쟁하며 어떤 면에서는 누구 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갖고 일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삶의 무게만 있을 뿐, 경력과 학력은 사실 허상이란 생각이 든다.
흔히들 인생과 비교하는 등산을 봤을 때, 정상에 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지만, 사실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식들에게 원하는 인간의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겉으로는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길, 내가 해보지 못한 삶을 자식을 앞세워 이뤄보고 싶은 대리만족이기도 하다.
어쩌면 리리코는 리리코의 엄마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다른 면을 살아봤지만, 그런다고 특별히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배신당했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생각하며 시험만 잘보는 인간으로 커나가는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 겪게되는 처절한 현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의 딜레마, 어느 정도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리리코가 그것을 깨달았다면 빨리 노선을 바꿔 자신의 행복을 찾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복은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잠깐 멈춰서 방향부터 정하고 다시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휴일이다.
무조건 달리다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깨닫게 되면 다시 바꾸는 것만도 힘이 몇 배로 들테니까......
리리코의 삶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끝나도 결말지어지지 않는 리리코의 삶은 계속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