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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余命 : 1개월의 신부
TBS 이브닝 파이브 엮음, 권남희 옮김 / 에스비에스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여명 1개월의 신부>
처음에는 제목만 듣고는 무슨 이야기가 담긴 책일지 짐작하지 못했다.
제목 옆에 병용된 한자,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명’ 즉 남아있는 목숨이 1개월인 여성,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일본 TBS TV에서 방영되어 전 일본 열도를 울린 나가시마 치에의 감동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유방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난 스물 네 살의 여자, 치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삶에 대한 꿈과 열정이 가득할 나이에 어쩔 수 없이 삶을 접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지금 읽기에는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다.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하고 싶은 2009년, 초반부터 눈물을 흘리게 되는 슬픈 이야기를 접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철저히 고독하고 철저히 외롭고 슬퍼지고 싶을 때 읽었으면 느낌은 또 달랐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 책은 적당히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젊고 의욕 넘치는 시간, 자신에게 주어진 죽음의 그림자를 조금씩 받아들이며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가까워오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미치도록 답답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맨 처음 든 생각은 나도 일본 사람들처럼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접했다면 더 감동적이었을거란 생각이다.
그 점이 가장 커다란 아쉬움이었다.
특히 책 머리에 담겨있는 의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남은 생명이 ’앞으로 1개월’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타로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내가 만약 치에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낼 수밖에 없었던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 좋은 기회였다.
내일이 온다는 건 기적이랍니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일상이 행복할 거예요.
오늘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것을 잊고 지냈었다.
내가 살아있어서 세상이 있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축복이라는 느낌을 난 왜 그렇게 쉽게 잊고 지내는 것일까?
오늘 나는 살아있다는 삶 자체를 느끼고 누리며 지내고 싶다.
그리고 사족 하나, 인간의 생명력은 참으로 질기고 대단한 것이다.
그것을 신이 아닌 인간이 판단을 내려 1개월의 시간을 준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에 자신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에 자기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을 하며 희망을 잃고 좌절하며 결국 1개월의 시간에 맞춰 마무리 되는 것,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그런 점이 좀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