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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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였다.
러시아 출신의 사람이 한국인으로 귀화했다는 사실도 특이했지만, 러시아 출신이면서 한국에 누구보다 애착이 있는 시선으로 날카롭게 우리 사회를 꿰뚫어보는 시선이 상쾌 통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치부를 한꺼번에 들춰보는 느낌이 들어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그때의 그 신선한 느낌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박노자의 만감일기>를 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너무 강했는지 그때의 그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이 사회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 힘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저항의 주체가 되어야 할 민중은 그냥 그렇게 조용히 입을 닫아버리고 현실에 적당히 적응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니면 점점 내가 이 사회에 적응해가며 기득권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게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명예롭게 만든다? 라는 칼럼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긋지긋한 가부장적인 요소들, 우리 사회의 부패된 이면들, 군대라는 곳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등등
글의 길이는 부담이 없지만, 내용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없으니, 혼나는 학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잘못을 인정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지식인이 되어버린 느낌에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에 읽기에는 좀 무거운 주제로 책을 선정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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