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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초판 1쇄가 1998년 12월 15일이었고, 내가 읽은 것은 개정판 35쇄를 2008년 2월에 찍은 것이다.
10년 전 쯤 나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왔으며,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 중이어서 더 관심 갖게 되는 책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막연히 생각한 적은 있었다.
갑자기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고, 들리던 것이 들리지 않으면 사는 것이 많이 불편하겠구나......정도?!
갑자기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웠던 것도 아니고,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백색 전염병도 아니고, 나의 경우는 모든 것이 둘로 보였었다. 2008년 올 해, 나에게 특히 잊지 못할 기억은 갑자기 세상 모든 것이 두 개로 보이던 이상한 현상이 있었던 3주 동안의 기억이 있다.
평소와 똑같이 일을 했고, 똑같이 집에서 휴식을 취했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변함없이 반복될 일상일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 일어나보니 모든 게 둘로 보이고, 피곤해서 그럴거라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좌절과 두려움, 공포심과 걱정......의사도 병명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했고 증상의 개선이 전혀 없이 퇴원했던 기억.
그리고 거짓말처럼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온 기억.
그런 심리적인 표현을 만나 공감할 거란 기대감에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내 평생 글을 읽게되는 날이 올까?
그러던 내가 평상시와 똑같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모든 사물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정상적으로 볼 수만 있으면 꼭 읽겠다던 이 책을 지금껏 미뤄오게 되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내 안의 영혼이 자꾸 밀어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아픈 기억도 희미해지고, 무덤덤해져서, 끝까지 다 읽을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생각보다 처절하고 지저분하고, 무겁고 아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읽다가 여러 번 그냥 덮기를 반복하고 마침내 마지막까지 보게 되었다.
그런 현상이 생겼을 때 사람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그 내용에 대한 묘사가 정말 사실적이고 처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들 눈이 멀었지만 혼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의사 아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더 괴롭고 힘들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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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눈이 안 보이는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희미한 그림자만이라도 좋으니 볼 수만, 볼 수만 있다면, 거울 앞에 서서 어둡고 뿌연 얼룩을 보며, 저게 내 얼굴이로군, 하얗게 빛나는 부분은 내 것이 아니야, 하고 말할 수만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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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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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일 때는 절대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그런 생각만 들 것 같다.
그 마음을 참 잘 나타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고로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그래도 눈이 잘 보이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단순한 현상 자체도 행복일텐데, 사실 눈이 잘 보이면 또 다른 고민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의 삶은 그렇다.
갑자기 사람들의 눈이 멀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나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