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1
질 스몰린스키 지음, 이다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은 해볼만한 일들의 리스트를 자주 접해본다.

그 중 이미 해 본 일들도 있고, 아직 하지않았지만 해보고 싶은 일들도 있고, 그런 것은 안해도 상관없는 일들도 있다.

그러던 중 소설로 접한 이 책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이 책은 두 권짜리 소설이다. 질 스몰린스키라는 작가가 2007년에 발표한 작품이라는데, 미국을 배경으로 한 가벼운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잠깐 들춰본 책이었다.

처음에는 이 긴 책을 내가 다 읽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앞부분만 잠깐 보려고 했다. 그냥 또래의 여자아이의 가벼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길이 가게 되어서 휙휙 읽어내려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읽는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슬프지만 마냥 슬프기만하지는 않고, 재미있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

이 책은 스물 다섯 살의 마리사가 적어놓은 해야할 일 리스트를 서른 네살의 주인공 준 파커가 하나하나 직접 이루어가는 내용이다.

준 파커는 서른 네살의 주인공으로 특별히 에너지가 넘치거나 대단한 생활력이 있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 나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매료된 캐릭터였다.

"계획만 짜다가 가보지도 못한 여행, 경력의 전환점이 될거라는 생각에 시작했다가 그만둔 마케팅 석사 과정, 유행하던 판초를 떠 입겠다고 뜨개질을 배우다 하도 오래 걸려서 유행이 지나가버린 일도 있었다...." (아, 이건 내 생활과 너무 비슷한거 아닌가. 이상하게도 요즘에는 나를 닮은 평범한 주인공에 더욱 매료되나보다.)

이런 준의 인생에 있어서 대 변환점이 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얻게 되는 리스트에는 그동안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들이 가득했다.

주인공 준 파커는 마리사와는 딱 한번 만난 인연이었지만, 불운의 사고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다가, 우연한 계기로 마리사의 리스트를 대신 수행하게 된다.

준은 이 일들을 나름대로의 기준과 방법으로 하나씩 해내게 된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준은 (몇가지 사실만 보아도 그 주인공은 빌어먹게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미를 두고 있는 귀차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리스트를 실현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인물들과 삶이 많이 바뀌고 있었다.

그런 준을 응원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왠지모를 여운이 남았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이 멍청하게 모범적인 삶보다는 훨씬 가치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볍게 읽고 넘어갈 책이 아니라, 인생에 잠깐 쉼표를 찍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특성이 강렬하고 재미있어서 다양한 주변인 묘사에 웃게 되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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