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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문득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여행을 생각하다보니 세계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며 온 마음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떠나기에는 돈도 시간도 없는 청춘. 아~ 슬픈 현실이여. 그래서 그냥 일단은 세계 여행 책자로 만족하기로 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지긋지긋한 역마살이 좀 잠재워질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냥 여행 계획이라도 세워보든지, 그냥 책으로 위안이나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아직 오지여행가 한비야의 바람의 딸 시리즈를 안읽었다는 것이었다. 한비야 씨에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여기 저기서 많이 봐서 그런지 나는 그동안 그 책을 다 읽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1년 동안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기록한 <중국견문록>이나 구호활동을 벌이며 적은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류의 책을 읽었던 것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의 구호활동을 하는 모습이 아닌 오지여행가로서 걸어서 세계를 누비는 삼십대 중반의 한비야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 새로웠다.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세계 여행을 구상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속도로 달려가는 그 모습은 정말 멋져 보였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권에는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생긴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신기함, 가본 곳에 대한 그리움, 만나지 못해본 사람들을 대신 접하며,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만 있는 여행도 아니고, 힘겨움만 있는 여행도 아니고, 삶의 여러가지 색깔이 여행 속에서도 묻어나는 모습이 은은한 감동을 주었다. 여정을 함께 따라가며 기쁨과 아쉬움 등의 정서 변화를 느끼며 하루를 보냈고,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은 완전히 여독이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간접 경험을 하고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도구가 이럴 때는 정말 유용하다.
우리 사회에서 30대 중반의 나이는 정착을 해야하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무작정 떠나는 것이 망설여지기 때문에, 이 책은 더 값어치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책과 함께 한 마음 속의 여행 시간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한 마음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하지만 ’언젠가’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즐거웠다. 어쩌면 그 ’언젠가’가 곧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면서 잔뜩 바람이 들었다. 욕심부리지 말고 내 발걸음으로 언젠가의 목표를 꿈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