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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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책 속의 내용을 예측하기 참 어려운 책들이 있다.
이 책 <하악하악>의 제목을 접했을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궁금했고,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요즘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책 이기 때문에 그 안의 내용도 더 궁금했나보다.

 이 책에는 짧은 글이 담겨있지만, 생각의 여지는 많은 그런 글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읽기 좋았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의 구성, 그리고 의외로 공감이 많이 되는 몇몇 문장들에 재미를 느꼈다.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페이지 : 54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는 그 질문에 정말 웃음이 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야만 글을 적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상상력과 느낌만으로도 많은 글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신이 확실히 그 입장이 되면 분석이 더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이외수 작가 본인이 아니어서 모든 문장이 다 공감이 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물고기들과 교감을 하며 딴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은 휴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페이지 : 70  

 가끔 화두처럼 던져지는 그런 질문에 나는 한참을 대답을 생각하느라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가끔은 짧은 글에 생각을 더 많이 얹게 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예전에 이외수 님의 책을 읽다가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나님이 진흙으로 아담을 만드시고 왜 갈비뼈고 하와를 만드셨는지, 진흙이 모자랐나? 하는 질문을 한 그 글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지 독특한 발상이 맘에 들어서, 인상적인 작가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긴 글을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이외수 작가의 책을 접하고 나니 또 한 번 생각에 잠기는 토요일 밤이 되었다. 
글은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사여구가 가득한 현란한 문체도 좋은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누군가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사람의 생각 속에 자리잡고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하면 그것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공감되는 글

기상청 예보가 자주 틀리는 건 직원들 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증거다. 직원들 중에 신경통 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그 정도로 헛다리를 짚지는 않을 텐데.
 
페이지 : 247  
나는 비가 오기 전에 몸이 많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을 때 몸이 그다지 무겁지 않거나 가볍게 일을 잘 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기상예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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