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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도피행>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야기를 내심 짐작하며, 40~50대 주부의 단순한 현실 일탈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의 처음 부분인 ’아이를 죽인 개’ 부분을 읽으면서 당황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 흔한 일상에의 일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리고 이 소설의 흐름에 따라 읽고 생각하고 흘러가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소설에 나오는 사건을 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맞다고 동의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여주인공 타에코의 의견에 동조하며 조마조마 마음 쓰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요즘에는 외롭기도 하고 적적하기도 해서, 귀여운 짓을 많이 하는 예쁜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를까? 개를 한 마리 기를까? 그렇게 시간을 많이 내 줄 수 없으니 괜히 기른다는 것이 동물에게 미안한 것은 아닌가? 한 마리는 외로우니 두 마리 기르는게 나을까?" 등등 고민하던 나에게 현실적인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남편도 딸 들도 있는 여주인공 타에코는 어찌보면 평범한 가정의 무난한 가정주부로 아무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묘미는 어떤 계기로 소설의 주인공이 평범한 생활에서 일탈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말고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그래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그러면서도 그 일탈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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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게 살벌할 때도 있지만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고독한 건 더 살벌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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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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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책 표지에서 맨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 마음에 와 닿던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에 책 속에서 또 한 번 이 문장을 접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혼자 있어도 외롭고,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완전히 행복하지만은 않은 현대인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성장과 노쇠는 키우는 사람의 마음처럼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없을 때의 동물 입장까지 생각해보게 되었고......단지 내가 지금 잠시 외롭다고 동물을 키우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가슴 한 구석 뻐근하니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여주인공 타에코의 고독이 내 마음으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어도, 둘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있어도, 가끔은 외롭고 쓸쓸해지는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