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대단한 의미를 이야기하고, 뭔가 심오한 의미가 삶에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에도 사실 삶에는 그리 대단한 무언가가 숨어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지긋지긋하게 일상적인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간단한 단편들이 모여있다.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현실 속에서 이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설이 너무 현실같아 보였다. 
왜이리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또는 한 다리 건넌 사람들의 삶에서 볼 수 있을 듯한 모습인 것인가?
속상하면서도 아쉽고, 왜 그렇게 사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그러면서도 나라고 그 상황이 된다면 특별히 그들과 다를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삶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아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면 내 인생이 달라질지도 몰라, 아이를 낳으면 내 인생이 달라질지도 몰라, 아이가 크면 내 인생이 달라질지도 몰라 등등을 계속 생각하며 혹시 달라질지도 모르는 인생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30대 중반인 것이다. 
새로이 시작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어려운.
 
페이지 : 92  

나도 30대 중반이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
20대의 의욕이 조금씩 꺾이면서 30대에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주저앉아야 여러모로 마음이 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도 같이 살고 싶지 않은 사람과 같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한낮의 산책’에 나오는 40대 남성 주인공처럼 "명주 고르다 삼베 고른단다." "분수를 알아야지." 등등의 질책을 받기도 한다.
"아내의 30대"에 나오는 아내처럼 훨훨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고 괴롭고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 그래도 나는 그렇지 않다는 면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와 주변인들을 책에서 만나보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 책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돼지꿈’은 이야기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과연 흔히 생각하게 되는 돼지꿈과 그 이후의 현실이 아니고, 소설 속의 돼지꿈 같은 일상을 만나게 되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화두 같은 이야기와 또 그런 주변인들의 현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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